경남지역 여자 중학교에 근무하는 국어교사 김모씨는 며칠 전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한숨이 나왔다. 학생들이 각자 화장품 파우치를 꺼내놓고 신제춤 품평회를 벌이고 있었다. 한 학생의 파우치 속엔 파우더, 비비크림, 틴트,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매니큐어 등이 가득 들어 있었다.

화장한 학생들 얼굴도 제각각이었다. 어떤 학생은 파우더를 발라 얼굴이 뽀얗고, 어떤 학생은 액을 발라 쌍꺼풀을 만들고 아이라인까지 그렸다. 틴트를 발라 입술이 빨간 학생들도 여러 명이었다.

쉬는 시간이면 이 학교 화장실은 파우더룸으로 변한다. 10여명의 학생들이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만지거나 화장을 한다.

김 교사도 처음엔 화장이 학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화장한 학생들이 눈에 뛸 때마다 화장을 하지 마라고 했다. 클린징폼을 건네주며 당장 세수하고 오라고 하기도 했다. 소지품을 검사해 화장품을 압수하기도 여러 번, 그래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요즘엔 어린나이에 화장하면 피부에 안 좋다며 달래고 설득한다.

교사들은 화장하는 학생이 한반에 몇 명이라고 세기 힘들 정도라고 말한다.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 담임 교사는 학생들끼리 마스카라나 아이라이너를생일 선물로 주고받을 정도로 화장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초등학생 때부터 화장을 시작해 피부가 어른처럼 엉망인 애들이 갈수록 많아진다고 말했다.

성적이 상위권이거나 모범적인 아이들이 화장하는 경우도 늘고있다. 이처럼 학생들 사이에 화장이 널리 유행하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얼짱신드롬과 10대 멤버들이 많은 걸그룹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