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곽노현 교육감의 부모에게 드리는 글
- 재재맘
오늘 아이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부모님들께 드립니다라는 공지문이 떠있더군요.
혹시 못보신 분들을 위해 공유합니다.
부모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정말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는 공교육의 현실을 보고 싶은 맘이네요^^
부모님들께 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특별시교육감 곽노현입니다.
부모님들께 드리는 편지를 쓰면서 요즘 나오는 공익광고를 떠 올립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우리 부모님들의 고민과 갈등을 함께 안고 있는 구절입니다.
그 광고를 보며 저 역시 마음 한 부분에 가시가 박힌 듯 편치 않고, 아버지로서 그리고 교육감으로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지금 우리 서울교육은 부모의 마음으로 돌아가,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가꿀 수 있고 이루어갈 수 있는『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서울의 모든 초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안전하고 맛있는 점심을 무상으로 먹을 수 있고, 교육여건이 낙후된 지역을 중심으로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인 서울형 혁신학교 운영이 시작될 것입니다.
지난 7월 19일, 우리 교육청은『학교체벌 전면 금지』라는 역사적인 결정을 하였습니다. 2학기부터 서울의 모든 학교에서 체벌이 사라지게 됩니다.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그들의 성장력에 대한 믿음에 뿌리를 둔 부모의 마음으로 한 결정이었습니다.
체벌은 이미 오래 전부터 법적으로 금지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지속되어 왔습니다. 이제 서울시교육청이 실질적인 체벌금지에 앞장서려 합니다.
사랑의 매, 교육적 필요라는 미명아래 이어진 체벌의 역사를 끝내려 합니다.
부모님,
우리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부모님들께서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신문과 방송 뉴스에 그치는 것만이 아님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부모님들께서 교육적 체벌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아이들을 엄하게 매로 다스려 달라고 선생님께 부탁하시는 부모님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학교체벌은 학생들에게 억압과 폭력을 내면화시키는 악습입니다.체벌금지는 이미 109개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거역할 수 없는 문명세계의 보편적인 상식입니다.
부모님!
선생님들을 격려해 주십시오. 앞으로 체벌이 금지된 학교 현장은 당분간 혼란스러울 수 있고 선생님들께서 감내해야 할 고통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일부 선생님들은 무력감과 절망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청은『체벌없는 평화로운 학교만들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체벌 전면 금지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 부모님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가정의 도움이 없이는 어려운 일입니다.
부모님들께서 가정에서 아이들과 열린 대화를 통해 책임과 자율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리고 선생님들의 노고와 소중함을 자녀들에게 일깨워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부모님!
우리 교육청의 체벌금지는 아이들을 존중하고 믿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입니다. 만에 하나 선생님들이 상처입고, 선생님들의 자존심에 금이 가고, 교권이 위협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교권은 아이들을 위해 보호되고 지켜져야 합니다. 교권이 손상된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교육을 위한 정열도 사라져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선생님들을 향한 부모님들의 무한한 신뢰와 지원, 따뜻한 격려가 선생님들에게서 더 큰 사랑과 헌신을 끌어낼 수 있음을 늘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들과 부모님 모두 건강하시고 각 가정에 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기를 기원드리며,『체벌없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라는 이 역사적 과업에 적극적으로 함께 해 주시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2010. 9.
서울특별시교육감 곽 노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