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도 후각처럼 화학적 감각에 속한다. 신경계가 특정한 물질을 감지해서 전기 신호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코는 여러 가지 냄새를 맡을 수 있는데 혀는 단지 네 가지 맛, 단맛, 짠맛, 쓴맛, 신맛만을 구별할 수 있다. 또 혀는 코와 협동하여야 맛을 완전히 알 수 있다. 감기가 들면 맛을 모르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미각의 발달

태어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신생아는 단맛을 안다. 단순히 단맛을 아는 정도가 아니라 당류의 차이나 당분의 농도를 구분할 수 있다. 신생아들은 젖당보다는 포도당을, 포도당보다는 과당을, 과당보다는 일반 설탕을 더 좋아한다. 신맛이나 쓴맛은 신생아에게 강력한 반응을 일으키는데 신맛일 경우엔 침을 흘리고, 쓴맛일 경우엔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며 싫은 표시를 한다. 그러나 짠맛에는 무관심하다. 신생아도 짠맛을 느끼기는 하지만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 수가 없다. 성인이라면 싫어할만한 짠 용액을 신생아는 별다른 표정 없이 쉽게 마셔 버린다. 아기는 4개월이 지나서 짠맛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 때 짠맛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감각 기능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2세가 되면서 아이는 성인처럼 짠 용액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경험에 따른 것으로, 2세에서 6세 사이의 아이는 물에 소금을 타면 거부하고, 일부 음식은 간을 한 것을 더 좋아한다. 이것도 학습 때문이다. 쓴 맛에 대한 감각도 발달한다. 아이가 알아낼 수 있는 쓴맛을 내는 물질의 종류는 유아기를 지나면서 점점 증가하여 2세가 되면 성인과 비슷한 정도가 된다. 그러나 단맛과 신맛에 대한 감각은 유아기 동안에 별로 변하지 않는다. 미각이 일찍부터 발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것을 먹을 수 있는지 아는 것은 주로 학습을 통해 얻어진다. 아이는 부모의 가르침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서서히 먹을 것과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을 배운다.

미각은 뇌발달을 촉진한다

뇌는 어떻게 입안에 든 음식을 알 수 있을까? 음식은 혓바닥에 있는 맛 봉오리 속의 미세포를 자극하며, 그 충격이 미신경을 타고 대뇌의 미각중추로 전해져 맛을 느끼게 된다. 미세포의 세포막 전압이 변동이 되어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 미각 신경회로에 있는 뉴런의 가지 돌기가 흥분하게 되고 뉴런에서 발생한 활동전압은 축색 돌기를 따라 미각중추로 전달된다. 미각 정보의 입력은 소뇌에 큰 자극을 준다. 그리하여 음식을 먹는데 필요한 침 분비, 음식 삼키기, 혀의 움직임 조절 등 여러 뇌 줄기 반사가 유발된다. 변연계의 겉질로도 연결되는데, 여기서 아이는 미각의 쾌락을 느끼게 된다. 일부는 대뇌겉질로 전달되어 맛을 의식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대뇌겉질에서 맛을 의식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이마엽과 관자엽 사이에 놓여있다. 미각의 자극은 뇌발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므로, 미각이 둔한 것은 그 자체로 뇌발달을 더디게 만들 수 있다.

미각은 정서발달에 중요하다

아기는 태어날 때부터 좋은 맛과 나쁜 맛을 구별할 수 있다. 물론 아기의 미각은 자기에게 영양과 즐거움을 주는 모유에 주로 쏠려 있다. 아기에게 미각은 중요한 감각경험으로서, 아기의 기분을 좋게 하고 정서적 안정을 가져온다. 미각은 정서적 발달에도 영향을 준다. 단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은 기분을 바꿔주는 효과가 있어, 아기를 진정시키고 주의를 집중하게 하며 잠이 잘 들게 한다.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과 이 음식을 제공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인식하는 것은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맛의 조기 경험이 미각 발달에 중요하다

맛의 조기 경험은 미각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 임신기간 동안 나트륨을 먹지 못한 어미에서 태어난 쥐들은 나트륨 맛을 평생 인식하지 못한다. 이것은 미각이 발달하려면 정상적인 화학적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후각과 마찬가지로 자궁 속에서 태아가 경험한 맛은 출산 뒤에도 영향을 준다. 특정한 음식을 먹었던 어미에서 난 새끼 토끼는 이유식에 그 음식의 향기가 나는 음식을 먹으려 들며, 양수에 주입한 사과 주스에 노출된 쥐는 커서도 사과 주스를 좋아한다. 알코올을 양수에 주입하면 커서도 다른 쥐에 비해 알코올을 좋아한다. 따라서 임산부가 알코올을 먹는 것은 태아가 알코올을 일찍 접하게 되어 커서 알코올중독자가 될 위험을 높인다.

음식에 대한 기호는 학습에 의해 결정된다

음식에 대한 기호가 형성되는데 유전자는 별로 관여하지 않는 것 같다. 일란성 쌍둥이의 음식에 대한 기호는 이란성 쌍둥이와 별반 차이가 없다. 어떤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환경이지 유전자가 아니다. 음식에 대한 기호가 경험에 의해 정해진다면 미각에 있어서는 유아기의 학습이 중요하다. 어려서 여러 맛을 경험한 쥐는, 커서도 초콜릿 같이 독특한 맛을 내는 음식도 주저하지 않고 삼킨다. 그러나 다 자란 후에 여러 맛을 접하게 되면 이런 현상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