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력 좋게 하는 3가지 비법
- 리시안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동안 하지 않던 과외를 시작하거나 아이가 숙제를 풀면서 어렵다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 부모가 보기에도 학습 난이도가 갑자기 높아지고 좀처럼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 횟수가 점점 많아지면 부모조차도 버거워지므로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
어렸을 적부터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스스로 해결하는 훈련을 해 온 아이들이라면 똑같은 문제를 만나더라도 문제와 씨름하는 체험이 없었던 아이들보다는 힘과 시간이 덜 들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붙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이 때부터 좌절감을 경험한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길까? 그것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수준이 높아진 탓도 있지만 학습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즉 장기기억력이 문제가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기억력은 아이의 인지기능 중에서 가장 아래 단계에 있다. 기억력 위에 있는 것이 이해력이고 그 위가 분석 및 평가 능력이며 창의력이 가장 꼭대기에 있다. 기억력이 가장 아래에 있다는 것은 아이가 공부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기억력만 가지고는 수준 높은 공부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억력이 없다면 이해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며 창의력을 발휘하기도 어렵다.
아이가 기억을 한다는 것은 정보에 대한 신경전달 회로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여러 정보들은 제주도의 사진이나 제주도라는 단어, 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이라는 실마리에 따라 뇌가 관련된 신경회로들을 활성화시키면서 기억을 하는 것이다. 만약 이 회로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으면 빨리 기억이 나고, 다른 신경회로와 잘 연결되어 있으면 많은 것을 연상할 것이다. 기억력이 좋다는 것은 결국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정보들을 생각할 수 있도록 뇌의 신경회로가 단단하게 만들어지고 많은 연결이 이루어진 상태를 말한다.
아이가 장기기억을 하는 학습에는 두 가지가 있다. 기계적인 암기 학습과 의미 학습이다. 기계적인 암기 학습은 연령에 따라 달라지는데 나이가 들수록 기계적인 암기 학습이 더 힘들어진다. 그러나 나이 든 사람들이라도 어릴 때 배웠던 시, 노래, 자장가 등을 연습하지 않았는데도 암송할 수 있다. 어릴 때 익혔던 기계적 암기 학습은 한번 기억되면 오랫동안 남아있다.
기계적인 암기 학습, 특히 단어 암송은 좌뇌의 앞운동겉질에서 관여하는데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여 학습할 때에는 좌뇌의 아래이마겉질을 추가로 활용하기 때문에 암기가 쉽다. 정보에 의미를 덧붙이면 학습이 훨씬 쉬워지는 것이다. 기계적인 암기학습은 즉각적인 반복을 하여야만 할 때만 저장되는데 의미 있는 정보는 자동적으로 저장될 뿐 아니라 훨씬 더 오래 기억될 수 있다. 따라서 기억을 잘 하는 아이들은 심지어 무의미한 숫자조차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어서 매우 긴 숫자도 순서대로 회상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기계적 학습이 전혀 쓸모 없는 것은 아니다. 기계적 암기 학습은 영어단어, 화학기호, 연극 대사, 연설문을 외울 때 매우 효과적이다.
따라서 아이에게 읽기를 가르칠 때 단어를 발음하는데 너무 많은 강조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가 책을 읽으면서 단어의 의미를 놓치고 발음하는 데만 집중을 하기 때문이다. 단어의 의미에 주의를 기울일 때와 소리에 주의를 기울일 때는 전혀 다른 뇌 영역들이 관여한다. 어린 아이들은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소리보다는 의미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가 스스로 읽기 시작하면 의미보다는 소리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부모가 읽어줄 때보다 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이가 책읽기를 시작하였다고 부모가 책읽기를 그만두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까지는 부모가 정기적으로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부모는 배경지식이 아이보다 풍부할 뿐 아니라 아이가 책을 읽으면서 문법이나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안 되기 때문에 부모가 읽어주는 것이 아이 스스로 읽는 것보다 5배 이상 효과가 있다.
따라서 아이의 기억력을 좋게 하려면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아이가 기억을 잘하게 하려면 심층적 이해가 필요한 정보와 피상적 지식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피상적 지식은 대부분 팩트로 만들어지고, 단순히 반복해서 기계적인 암기를 하는 것으로 학습하게 된다. 미국 대통령 이름, 한국의 팔도, 각 나라의 수도 등이 그 예인데 이전의 지식과 연관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잊어먹어 정기적으로 반복하여야 한다. 반면에 심층적 이해가 필요한 정보는 아이가 중요하다고 생각될 때 습득된다. 지구의 환경오염처럼 아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할 때 심층적 이해가 이루어진다. 부모는 이전의 지식과 관련시켜 이해시키고 중요성을 부여하여야 하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더욱 단단한 신경전달 회로가 만들어진다.
둘째, 기억력은 정서를 동반해야만 강력해진다. 아이는 인지와 정서를 모두 자극하는 정보라야 강한 동기가 생긴다. 아이의 두뇌는 하나의 정보와 그와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느낌이나 판단력을 한꺼번에 처리한다. 두뇌가 정보의 중요성을 결정할 때 정보에 대한 개인적 판단이나 느낌까지 고려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쓸데없는 것을 공부한다는 생각하거나 시험 때까지 기억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정보는 쉽게 소멸된다. 반대로 정서적으로 중요하다고 느낀 정보는 두뇌를 강하게 자극해 오래 기억된다. 무관심과 따분함이 기억력을 떨어뜨리는 반면, 호기심은 기억력을 높여준다. 아이의 뇌는 새로운 변화에 가벼운 불안이나 공포를 느끼는데 그와 동시에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강력하다. 아이의 정서 상태에 따라서 두뇌가 강하게 혹은 약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아이의 기억력이 정서에 영향을 많이 받는 이유는 기억중추인 해마의 옆에 편도체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정보를 보고 아이가 느끼면 편도체가 움직이는데 이것은 편도체가 해마에게 이 정보는 꼭 기억하라고 명령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와는 상관없는 정보나 지겹고 따분한 정보는 편도체를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기억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셋째, 잘 기억하려면 심상을 이용하여야 한다. 만약 아이에게 거실에 있는 액자가 모두 몇 개냐고 물어본다면 아이는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거실을 떠올린 후 액자의 수를 셀 것이다. 그리고 정확하게 액자의 수를 맞출 것이다. 이렇듯 시각적인 심상은 강력한 것이다. 예를 들면 기억력이 나쁜 아이에게 우유, 소시지 두 개, 오징어포를 사도록 심부름을 보낼 때 아이로 하여금 우유 곽이 두 개의 소시지로 오징어포 위에서 노를 젓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면 아이는 잊어먹지 않고 심부름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지능이 더 높지도 않고 뇌 구조에서 두드러진 차이는 없지만 심상을 사용하는 능력은 대체로 뛰어나다. 정보를 저장하고 인출하기위해 심상을 사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하버드대학교의 스티브 코슬린박사는 어떤 사물의 상을 머릿속에 그릴 때 활성화하는 뇌 영역은 실제로 그 사물을 볼 때 활성화하는 뇌영역과 적어도 3분의 2정도가 겹친다는 것을 보고하였다. 그러니까 어떤 사물과 사건에 대한 심상을 만드는 일은 실제로 시각적인 경험을 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과정이 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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