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구동훈(17)군은 일주일에 2~3일은 저녁시간에 운동을 한다고 말했다. 우신고의 점심·저녁시간은 다른 학교보다 30분 더 긴 80분이다. 학생들이 20~30분 동안 밥을 먹고 나머지 시간에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학교가 배려한 것이다. 구군은 취미로 한 유도 실력이 부쩍 늘어 각종 대회에 나가 상도 탔다.

◇교장의 과감한 실험

처음에 구군이 유도를 하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공부에 방해된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구군은 오히려 운동 덕분에 공부를 더 오래, 잘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운동을 할수록 집중력도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풀렸다. 그 결과 1학년 초 반에서 중·하위권이던 성적이 1학년 말에는 5등까지 수직 상승했다. 구군은 원래 낯을 많이 가리고 날카로운 편이었는데 운동을 통해 친구들과 부대끼면서 성격도 많이 둥글둥글해졌다고 했다.

유도장뿐 아니다. 우신고는 점심·저녁시간만 되면 운동장·농구장이 뛰어다니는 학생들로 꽉 찬다. 작년 이 학교에 부임한 김갑중 교장이 운동을 안 하면 결코 리더가 될 수 없다며 학생들이 운동을 많이 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바꿨기 때문이다.

우선 점심과 저녁시간을 작년 1월부터 80분씩으로 늘렸다. 그러자 학생들의 생활 패턴이 달라졌다. 50분일 때는 밥 먹고 남는 시간이 얼마 안 돼 교실에서 자거나 잡담을 했지만 80분으로 시간이 길어지자 학생들은 운동장으로 뛰어나왔다. 점심시간에는 학급별 축구 리그전도 열렸다. 축구 리그전에 1·2학년 전체 600명 중 절반이 넘는 360명이 선수로 뛴다.

◇놀라운 운동의 힘

작년 초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놀리기만 하느냐 운동 때문에 공부하는 데 지장을 받는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일부 교사들도 점심·저녁시간이 너무 길면 공부 리듬이 깨진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와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작년 11월 1학년 학생들이 치른 모의고사의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의 1~3등급 비율이 작년 6월보다 더 올라간 것이다. 점심·저녁시간에 농구를 꾸준히 한 2학년 김성현(17)군은 1학년 초 전교 70등을 오르내리다 학기 말에는 30등까지 올랐다. 그는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만 있었으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여 공부가 잘 안 됐을 것이라며 땀 흘리고 공부를 하니 집중력과 효율이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왕따나 학교 폭력도 줄었다. 야구를 즐기는 2학년 이동준(17)군은 운동을 하다 보면 서로 벽도 없어지고 금방 친해지니까 왕따시키거나 괴롭히는 경우가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