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속에서도 축구공 하나만 있으면 땀 뻘뻘 흘리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뛰어다니는 남학생들, 그리고 나무 그늘에 삼삼오오 모여 서로 이야기하는 여학생들. 흔히 볼 수 있는 초·중·고교 체육수업 풍경이다.

그러나 인천 신송중학교는 체육시간이 남학생들의 전유물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여학생들의 참여가 높다. 신송중 여학생들이 체육의 매력에 흠뻑 빠진 데는 기존 스포츠를 쉽고 안전하게 변형시켜 만들어진 뉴 스포츠의 역할이 컸다.

애드벌룬을 연상시키는 크고 가벼운 공을 이용해 서브와 리시브를 주고받으며 점수를 내는 킨볼, 스펀지로 만들어진 큰 주사위 볼을 이용한 스캐터볼, 훌라후프를 골대로 쓰는 변형 농구 등 학교 강당에서 실시되는 다양한 뉴 스포츠 프로그램은 체육시간이 되면 선크림과 거울부터 챙기던 사춘기 소녀들에게 운동의 참맛을 일깨워줬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신송중에서는 2010년에 이미 학생 74%가 학교스포츠클럽에 가입했고, 비만·저체력 학생 비율도 상당히 낮아졌다. 학업성취도 역시 인천 관내 133개 중학교 중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신송중의 사례는 14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대한체육회, 한국스포츠교육학회, 한국체육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학교폭력 해소를 위한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소개돼 주목을 끌었다.

청소년기에는 지(智), 덕(德), 체(體)가 조화된 교육이 필요하지만 우리 학교 교육은 이와 거리가 먼 것이 현실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0년 실시한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10대 여학생 가운데 67.8%가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이는 10대 남학생(37.7%)보다 30.1%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김경숙 이화여대 건강과학대학 체육과학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초등학교 1학년 또는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0~12년간을 고려한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한 단계별 추진계획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영국의 경우 11~16세 여학생들의 신체활동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Fit for Girls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우리나라도 이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구체적으로는 신송중의 사례처럼 뉴 스포츠 도입과 함께 △여학생들의 체육활동 참여를 위한 법적 장치 마련 △정부 내 전담기구 또는 부서 배정 △체육교사 역량 강화 △탈의실, 샤워실 등 체육교육 환경 정비 및 개선 △남녀 혼성과 분리수업의 공동운영 권장 △캠페인을 통한 적극적인 홍보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날 지정토론자로 참여한 김예인 목운중학교 학생은 학교 체육 수업이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셔틀런, 규칙이 어려운 농구와 배구 같은 종목들로만 구성돼 여학생들은 체육을 어려워한다며 체육교과의 커리큘럼부터 바꾸고 남녀 혼성이 아닌 여학생 분반수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은 입시 위주의 교육, 여가시간 감소 등이 학생들의 체육활동이 줄어드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지식 위주 교육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