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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성 함께 가르치는 하나로체육… 학교 폭력도 줄었다
  • 제니 
29일 오전 서울 중랑중학교(중랑구) 체육관. 김윤진(31) 체육교사는 3학년 9반 아이들을 앉혀놓고 오늘 미션(과제)은 조별로 배구 오버패스·언더패스 20개씩, 줄넘기 뛰기 10개씩을 99초 만에 해내는 게임이라고 했다. 배구 연습을 조별 게임 형태로 하자 승부욕이 생긴 학생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학생들은 3개 조로 나뉘어 조별로 같은 조끼를 입고 연습을 시작했다. 조원 1명은 시계를 들고 99초를 쟀다. 수업에 참여 안 하고 구석에서 잡담하는 학생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 교사는 앞선 시간에는 학생들에게 실제 경기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터키 프로 리그에서 활약 중인 김연경 배구 선수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마이마이(my my·내가 공을 처리하겠다는 말)처럼 배구 경기 때 선수들이 사용하는 용어나 구호도 알려주고, 실제로 경기에서 사용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소감문에 배구를 잘 몰라 싫었는데 아주 좋아졌다고 썼다.

김 교사의 체육 수업은 하나로체육 수업 모형이다. 이 수업 모형은 서울대 최의창 체육교육학과 교수가 2001년 개발했고, 현재 서울·경기 지역 체육 교사 40여명이 연구회를 만들어 수업에 도입하고 있다.

하나로체육 수업의 핵심은 단순히 신체를 움직이는 것만 아니라 체육과 관련 있는 다양한 문화·역사·음악·예절 등을 함께 가르치는 것이다. 예컨대 씨름이면 ①김홍도의 씨름도를 보여주면서 전통 문화에 대해 알려주고 ②동영상으로 씨름 장면을 보고 ③씨름 경기를 직접 해보고 ④씨름에 대해 배운 것을 포스터로 그려보는 과제를 내주는 식이다. 김 교사는 이런 활동을 통해 체육은 꼭 몸으로만 하는 게 아니고 우리 삶에 퍼져 있는 문화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로체육 수업의 또 다른 특징은 혼자가 아닌 조별 활동을 하게 해 사회성·협동심을 길러주는 것이다. 연습도 조별로 하고, 평가에서도 조별 팀워크에 대한 점수가 크다. 또 조원마다 역할이 주어진다. 티니클링(필리핀 전통춤)을 배울 때 창의력이 뛰어난 A는 안무를 짜고, 음악을 좋아하는 B는 음악을 선곡하고, 춤을 잘 추는 C는 다른 친구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역할을 맡는 식이다.

유광근(15·중랑중 3학년)군은 조별로 체육활동을 할 때 내가 제대로 안 하면 조 전체에 문제가 생기니까 책임감도 생기고, 친구들의 몰랐던 장점도 발견하게 됐다고 했다.

수업시간에 인성을 강조하는 것도 특징이다. 교사는 경기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는 점, 상대방 선수에게 욕을 하면 안 되는 점, 상대방 선수나 심판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점 등을 지속적으로 가르친다.

중랑중 3학년 학생들은 체육 수업이 바뀌자 인성도 바뀌었다. 장난이 심하던 학생은 점잖아졌다. 막말을 하거나 친구들을 괴롭히던 애들도 자제하는 것이 눈에 띄고, 왕따 학생도 친구들과 가까워지면서 학교 폭력 예방에도 큰 효과가 있다고 교사들은 전했다. 체육 시간에 적극적인 학생들도 늘었다. 정다혜(15·3학년)양은 농구하면 맨날 공 던지는 것만 시켜 재미없었는데, 머리도 쓰고 조별 게임도 많이 하니까 체육 자체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체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올해부터 하나로체육 수업을 받은 3학년 8반 학생 31명 중 27명이 지난해에 비해 학생건강체력평가(PAPS) 점수가 올랐다. 전체 평균 점수는 지난해 49.5점에서 올해 61점으로 크게 뛰었다.

서울대 최의창 교수는 초·중·고교 시절 하나로체육 수업을 받는다면 바른 인성을 기르고 50~60대까지 스포츠를 삶의 일부로 즐길 수 있는 기초를 닦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로체육 수업에 대한 교사·학생들의 호응이 커지면서 최근 경남·충남 지역 학교들도 이 수업을 도입하고 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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