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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모들은 아이의 공부뿐 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에 개입한다. 자연히 아이는 부모에게 의존하는 습관이 생기게 된다.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다면 무엇이든 혼자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스스로 공부하려는 마음을 갖게 하고, 쉬운 것을 공부하더라도 질문하고 추측하게 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해서 얻은 지식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공부는 아이가 하는 것이다. 부모가 대신 해 줄 수 없다. 보호를 빙자해 아이들의 책상에 앉으려 해서는 안 된다.

알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깨우쳐 주지 않으며, 애태우지 않으면 말문을 열어 주지 않으며, 한 모서리를 들어 주었는데 이것으로 나머지 세 모서리를 반증(反證)하지 못하면 다시 말해 주지 않는다.

『논어(論語)』

공부에 대한 의욕이 우선이다

요즘에는 아이들 공부의 전 과정에 부모가 개입한다. 책상 옆에 바짝 붙어 앉아서 같이 문제집을 풀고, 숙제를 도와주다가 시간이 모자라면 대신 해 주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일기의 내용까지 옆에서 불러 주기도 한다.

無欲人, 不可敎. 先使激起所欲, 從而施敎. 過欲者, 不可敎. 先使抑制其欲, 從而施敎. 期欲敎人, 亦是欲也. 推敎子孫之欲, 以敎多少之人, 有何間於遠近親疎? 有欲學之心者, 先授其敎.

의욕이 없는 사람은 가르칠 수 없다. 우선 의욕을 일으키고 그에 따라 가르침을 베풀어야 한다. 의욕이 지나친 사람도 가르칠 수 없다. 우선 의욕을 억제하도록 한 뒤에 가르쳐야 한다. 꼭 사람을 가르치겠다고 작정하는 것도 욕심이다. 자기의 자손을 가르치려는 욕심을 미루고 넓혀서 사람을 가르치는 데 거리와 친밀도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배우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을 먼저 가르치면 된다.

최한기(崔漢綺), 『인정(人政)』, 권 8, 「권징기욕(勸懲其欲)」

학교에서 파란색 스티커를 받게 해 주기 위해 숙제를 도와준다. 뒤떨어질까봐 조바심을 내면서 아이를 혼내거나 어르고 달랜다. 아이의 몸과 마음을 수동적으로 만들어 놓고 우리 아이는 공부를 싫어해요., 책상에 혼자 놔두면 딴 짓을 해요., 매사에 소극적이에요.라고 한다.

이런 상태라면 아이가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 할 이유가 없다. 못하면 혼나고, 잘하면 고작 칭찬 몇 마디로 끝나는데다가 계속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부 자체에 흥미를 잃게 됨은 물론이고, 하고 싶어 하는 마음 역시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필연적으로 매사에 소극적으로 변해간다. 의욕을 상실해서 가르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공부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갖게 해 주어야 한다. 어려운 것을 못하면 쉬운 것을 제시하면서 자신감을 심어 준다. 당장 학교에서 파란색 스티커를 못 받더라도 끝까지 참고 기다리면서 쉬운 것이나마 혼자 할 수 있도록 놔둬야 한다. 결과적으로 아이가 뒤떨어지는 경우가 생겨도 공부 과정에 시시콜콜 개입하지 않는다. 이것 하나만 할 수 있어도 아이의 의욕이 격발된다. 의욕이 없으면 성적도 없다.

子曰: 不憤不啓, 不&24753不發, 擧一隅, 不以三隅反, 則不復也.

공자는 말한다. 알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깨우쳐 주지 않으며, 애태우지 않으면 말문을 열어 주지 않으며, 한 모서리를 들어 주었는데 이것으로 나머지 세 모서리를 반증(反證)하지 못하면 다시 말해 주지 않는다.

『논어(論語)』, 권 7, 「술이(述而)」

교육을 거부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는 사람을 열심히 가르치겠다는 말이다.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 알려 주게 되면 확실하게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의욕이 있는 사람을 가르쳐야 한다는 최한기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억지로 가르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상태의 아이에게 가르쳐 봐야 아무런 소득이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내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처음부터 혼자 할 수 있도록 놔둬야 한다. 공부에 의욕이 없는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갔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 보지 못했다. 부모가 고등학교 시절까지 공부를 도왔다는 말도 아직 듣지 못했다. 초등학교 시절은 철저한 준비단계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배우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질문하게 하고 추측하게 한다

공부에 의욕이 생겼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의욕이 있어야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생기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부모는 아이의 질문에 대해 성의껏 답해 주기만 하면 된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인정을 하고, 아는 것은 아는 데까지 대답해 준다.

아이 입장에서는 질문하는 모든 내용이 중요하다. 쓸데없어 보이는 질문이라도 친절하게 대답해 주어야 한다. 자신이 모른다고 짜증을 내지 말고 순순히 인정을 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상처받지 않으면서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질문이 상투적인 것일지라도 기발하다고 칭찬을 해 주는 일도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

讀書須要有疑, 有疑而後, 可以進業. 朱子曰: 讀書大疑則大進., 又曰: 始讀未始有疑, 其次漸漸有疑, 中則節節是疑. 過了這一番後疑漸釋, 以至融貫會通. 方是學

독서할 때는 의문이 있어야 하니 의문이 생긴 뒤에 진보할 수 있기 때문이네. 주자(朱子)는 독서할 때 크게 의심하면 크게 진보한다.라고 했고, 또 처음 읽을 때는 의문이 있는 것 같지 않다가 읽을수록 점점 의문이 생기게 되고 중간에는 구절마다 의문거리가 된다. 한 번 이런 과정을 거치면 의문이 점점 풀려서 완벽하게 이해하게 된다. 이것이 학문이다.라고 했다네.

안정복(安鼎福), 『순암집(順菴集)』, 권 6, 「답권기명철신별지(答權旣明哲身別紙)」

어린아이는 하나를 알면 둘을 알고 싶어 하며, 조금이라도 의심이 생기면 질문을 던진다. 처음엔 무심코 책을 읽다가 서서히 집중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긴다. 그 의문을 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해결하면서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하려는 의욕을 가지게 된다. 질문거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실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敎初學, 當以推測爲發&36564. 一事經歷, 得其精要, 以爲推二事三事, 至于千百. 推積累於神氣, 自生其測, 前後參驗, 彼此互將. 功夫有階梯, 造詣有實據, 學之者, 亦有得寸得尺之益. 前日之一事誤解, 今日因他究解, 而覺得前非. 累次自覺前得之差錯, 推漸精而測漸熟.

초학을 가르칠 때는 추측을 시작으로 삼아야 한다. 한 가지 일을 겪어 핵심을 터득해서 두어 가지를 유추하게 하여 많은 일에 이르게 한다. 유추하는 것이 정신에 누적되면 저절로 헤아림이 생겨 앞뒤가 서로 증명되고, 서로 발전된다. 공부에는 단계가 생기고 학문의 경지에는 실제적인 근거가 있게 되어 배우는 것에도 조금씩 보탬이 있게 된다. 어제 잘못 알았던 한 가지를 오늘 다른 연구를 통해 해결하면서 이전의 잘못을 깨닫는다. 이처럼 이전에 잘못 알았던 것을 자각하면, 유추하는 것이 점점 정밀해지고 헤아림이 점점 익숙해진다.

최한기(崔漢綺), 『인정(人政)』, 권 11, 「교추측(敎推測)」

질문과 마찬가지로 추측 역시 실력의 향상을 돕는 좋은 방법이다. 추측(推測)은 아무런 근거 없이 생각만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미루어 헤아리는 것이다. 한 가지의 경우를 근거 삼아 다방면으로 생각을 넓혀가는 것을 뜻한다. 이런 방식으로 추측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면 의문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서서히 많아지게 된다. 생각이 정밀하고 깊어지면서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이쯤 되면 실력의 향상은 저절로 따라온다. 이때 부모는 아이가 차례대로 생각해 낼 수 있도록 실마리만 제시해 준다. 답답하다고 바로 해답을 제시하면 그 지식은 아이의 것으로 소화되지 못한다. 스스로 생각해서 얻어진 지식이 오래가는 법이다.

是以其答人之問, 答其所問, 而未嘗敷演以究其竟.

이 때문에 성인은 다른 사람의 물음에 답할 때 그들이 묻는 것만 답했으며, 부연하여 끝까지 설명하지 않았다.

안정복(安鼎福), 『순암집(順菴集)』, 권 11, 「경서의의(經書疑義)」

참고서는 참고만 하게 하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참고서를 보지 말라고 한다. 참고서를 보기 시작하면 그것만 믿고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력이 결코 늘지 않는다. 아이들 역시 이런 점을 알고는 있다. 그런데 공부하면서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참고서를 놓는 일이다.

凡讀書, 不可先看註解. 且將經文反覆而詳味之, 待自家有新意, &21371以註解參校, 庶乎經意昭然, 而不爲他說所蔽. 若先看註解, 則被其說橫吾&33015中, 自家竟無新意矣.

독서할 때에는 해설을 먼저 봐서는 안 된다. 우선 경문을 반복해서 상세히 음미하여 자기에게 새로운 뜻이 생기기를 기다렸다가 해설을 참고해 비교한다면, 아마 경(經)의 뜻이 환해져 다른 해설에 가려지지 않을 것이다. 만약 먼저 해설을 본다면 그 해설의 내용에 내 마음이 가로막혀 자기에게는 끝내 새로운 뜻이 없을 것이다.

유성룡(柳成龍), 『서애집(西厓集)』, 권 15, 「독서법(讀書法)」

참고서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보지 않아야 한다. 한두 번 보기 시작해서 이것이 습관이 되면 참고서 없이 공부를 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긴다. 당장의 의문이 해결될지는 몰라도 그것이 실력 향상으로까지 연결되지는 못한다. 급기야 자신이 알고 있는 것도 참고서를 통해 확인을 해야 마음이 놓이는 단계에 이르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불안하더라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해야 한다.

나는 여러 선생님들께 글을 배울 때 절대로 번역본을 보지 마라. 실력 안 는다.는 말씀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주위에 선생님이 없거나, 사전을 찾아도 해결이 되지 않을 때 슬쩍 참고만 하라고 하셨다. 정말 고역이었다. 모르는 게 대부분이라 번역본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어긴 것이다. 답을 보고 읽으니 술술 내려갔다. 그런데 며칠 지나서 다시 읽으려 하니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아차, 싶었지만 그 후로도 번역본에 의존했다. 당연히 실력이 늘지 않았다. 나중에는 쉬운 것도 번역본을 보지 않으면 불안해졌다. 그 즈음에 고수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사전을 찾으면서 글을 읽다가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체크한 후 반드시 선생님께 가서 질문을 했다. 가끔씩 선생님께 면박을 당하는 일이 있어도 계속 반복했다. 같은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를 했는데 나는 그대로이고 상대는 하루하루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서 번역본을 놓았지만, 고질이 되어 버린 습관을 고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번역본을 봤던 시간만큼 여전히 고수들과의 격차는 남아 있다. 한문을 예로 들었지만,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혼자서 해결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차츰 좋아지게 되어 있다.

아이의 책상에 앉지 마라

내 아이는 초등학교 때만 공부하다가 그만둘 아이가 아니다. 먼 장래를 생각한다면 당장 힘들더라도 원칙을 지켜야 성공할 수 있다. 파란색 스티커와 생활통지표에 집중해서 아이를 관리하면 할수록 대학의 문은 점점 좁아진다. 아이가 부모에게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버릇을 들이면 정작 혼자 공부해야 할 때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당연히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요행으로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도 이런 아이에게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휴일에 식구들과 함께 유원지나 음식점에 가 보면 초등학교 3~4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에게 부모가 음식을 떠서 먹여 주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수저 정도는 혼자 놀릴 수 있어 보이는데도 제비 새끼처럼 입만 벌리고 앉아 부모에게 응석을 부린다. 남의 아이니까 뭐라고 할 수도 없어서 눈길을 돌리거나 자리를 피한다. 아이의 공부뿐 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에 보호막을 친다.

若徒蔭於人, 則終其身無有見識力量之日矣. 今之人皆受庇於人者也, 初不知有庇人事也. 居家, 則庇蔭於父母, 居官, 則庇蔭於官長, 立朝, 則求庇蔭於宰臣, 爲邊帥, 則求庇蔭於中官, 爲聖賢, 則求庇蔭於孔孟, 爲文章, 則求庇蔭於班馬. 種種自視, 莫不皆自以爲男兒, 而其實, 則皆孩子而不知也. 豪傑凡民之分, 只從庇人與庇於人處識取.

만약 남에게 보호를 받기만 하면 죽을 때까지 자신에게 식견과 역량이 있을 날이 없습니다. 지금 사람들은 모두 남의 보호를 받는 사람들로, 애초부터 남을 보호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집안에 있으면 부모에게, 관직에 있으면 부서장의 보호를 받습니다. 조정의 관리가 되면 재상에게, 변방의 장수가 되면 중앙부서에, 성현이 되려면 공자·맹자에게, 문장을 지으면 반고·사마천에게 보호를 구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경우를 살펴보면 모두 스스로 자기는 사나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두 아이인데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호걸과 평범한 사람의 차이는 오직 남을 보호하는 것과 보호를 받는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지(李贄)1), 『분서(焚書)』, 권 2, 「별유초천서(別劉肖川書)」

지금은 아이에게 공부에 의욕을 갖게 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때다.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다면 아이의 책상에서 떠나야 한다. 일등과 꼴찌의 차이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부모의 태도 하나가 이런 차이를 만들어 낸다. 부모의 지나친 개입과 보호로 인해 호걸인 아이가 평범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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